교회세습과 일본교회
요즘 한국교회의 뉴스를 보면서 대형교회의 세습문제 때문에 교인들은 물론이고 사회조차도 교회를 차가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을 볼 때 가슴이 아픕니다. 그렇다면 제가 사역하고 있는 일본이라는 사회는 교회세습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회는 종교시설의 부자세습을 나쁘게 보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제 아들이 아주 어릴 때 이웃에 사시는 분들이 가끔씩 하시는 말씀이 [당신 아들도 목사가 됩니까 그래서 장래에 교회를 물려 받습니까]라고 몇 분이나 질문하셨습니다. 믿지 않는 분이셨는데 신사나 졀이나 천리교등을 보면 자녀들이 물려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교회도 아마 그럴 것이라고 추측한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자녀들이 선조의 직장을 물려받는 것은 종교단체만은 아닙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일본사회는 부모의 직장을 물려받는 것이 특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분야는 운명과도 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예를들면 가부키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의 유서깊은 숙박시설, 몇 대를 이어온 식산업(미소, 간장)등은 물론이고 정치인, 하다못해 라면집까지도 물려받습니다. 라면집을 물려받기 전에는 대학교수라든지 사회에서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 있는데도 궂이 사표를 내고 조상대대로 내려온 가게를 이어 물려받습니다.
교회도 세습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제가 속한 교단도 제가 알기로는 세 군데 있습니다.제가 속한 교단은 교단에서 임명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세습이란 있을 수 없지만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로 세습을 인정할 때가 있습니다. 교단에 입장에서 봤을 때 세습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판단될 때(이단사역을 하는 특수성), 혹은 교회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세습을 통해 선대의 사역을 계속 안정적으로 선교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 혹은 선대 목사의 고집으로 밀어붙일 때(이런 경우 문제가 발생해서 교단을 탈퇴하기도 함)입니다. 제가 전에 사역했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은 본인의 강한 의사로 세습을 반대하고 다른 목사님을 초빙했습니다.
일본교회는 교회세습을 해도 사회적으로나 교회적으로도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목사 숫자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열심히 사역해 주시면 감사할 뿐입니다. 사회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꼭 세습을 해서 덮어야만 할 과거의 비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재정에 대해서는 워낙 투명해서 주일학교 학생들까지도 현재의 교회 재정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매달 교인들에게 보고합니다. 감추고 숨길 것이 없으니 누가 새로운 담임으로 와도 충돌할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세습하는 것이 교회 성장이나 특히 사역의 연속성을 위해서 좋다고 판단되면 세습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종교에 비해서 교회는 세습하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종교는 종교시설을 개인의 소유로 보기도 하는 것 같은데 교회는 목사 개인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고 생각 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혹은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교회의 장래를 위해서 신선한 변화를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시 새포도주는 새부대에 담는게 옳은가 봅니다.